[팩트체크] 한샘, 창업주 손자에 물려주려면 상속세율 95%?

연합뉴스뉴스 | 기사입력 2021/07/26 [11:41]

[팩트체크] 한샘, 창업주 손자에 물려주려면 상속세율 95%?

연합뉴스뉴스 | 입력 : 2021/07/26 [11:41]

송고시간2021-07-16 09:57

임순현 기자

 

한샘 지분매각 소식에 일각서 "높은 상속세율 탓에 가업승계 포기" 주장

趙회장 주식 상속하려면 세율 55.4%…주식보유 대신 '물납'도 가능

손자가 주식 상속하면 세율 95%?…'대습상속'이라 적용 안 돼

 

 

▲ 한샘, 최대주주 지분 IMM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서울=연합뉴스) 국내 가구업계 1위인 한샘이 14일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매각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사진은 한샘 사옥. 2021.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국내 인테리어·가구업계 1위인 한샘이 지분 20%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높은 상속세율 탓에 가업승계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등 논란이 거세다.

한샘은 지난 14일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을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매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조 명예회장 보유 지분율은 15.45%이고 특수관계인 25명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30.21%다. 이 가운데 이번 매각 대상 지분은 20%를 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이유에 대해 한샘은 "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조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높은 상속세율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 인터넷 언론사가 조 명예회장 재산의 상속세율이 최대 95%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논란은 더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이 언론사는 "기업이 주식을 물려줄 때 부과되는 세금만 기준으로 따지면 한국은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로 실제 상속세율이 60%까지 높아진다"고 보도했다. 이어 "조 회장이 회사를 손자에게 세대를 건넌 상속을 해주려면 상속세율이 95%에 달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표] 상속세 세율 (출처=기획재정부)

 

과세표준 세율
1억원 이하 10%
1억원~5억원 1천만원+1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20%
5억원~10억원 9천만원+5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30%
10억원~30억원 2억4천만원+1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40%
30억원 초과 10억4천만원+3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50%

 

◇ 趙회장 주식 상속세율 55.4%…주식보유 대신 '물납' 가능

보도 내용대로 한샘 최대주주인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주식이 상속될 경우에는 상속인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다른 재산에 비해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것은 사실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속세·증여세법) 63조 3항은 최대주주의 주식을 상속할 때 해당 주식의 가액을 20% 가산하도록 한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해당 기업의 자산가치 및 수익가치 외에도 경영권 지배 프리미엄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므로 일반 주식보다 가액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조항이다.

예를 들어 가액이 100억원인 최대주주의 주식이 상속될 때에는 20% 가산된 120억원으로 평가된다.

이 경우 상속세액은 상속세·증여세법 26조에 따라 90억원(상속재산 가액 120억원에서 30억원을 초과한 금액)에 상속세율 50%를 적용한 45억원과 기준 상속세액 10억4천만원을 더한 55억4천만원으로 계산된다.

반면 가액이 100억원인 일반 재산의 상속세액은 70억원(상속재산 가액 100억원에서 30억원을 초과한 금액)의 50%인 35억원에 10억4천만원을 더한 45억4천만원이다.

결과적으로 일반 재산의 실제 상속세율은 45.4%인 반면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상속세율은 55.4%로 10%포인트 더 높은 것이다.

즉 보도 내용대로 상속세율이 60%까지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재산에 비해 10% 포인트 더 높아진다는 점에서 '최대주주의 주식을 상속할 경우 상속세율이 더 높다'는 보도의 전반적인 취지는 사실인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속세율 계산은 어디까지나 이론상의 상속세율에 불과하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상속세·증여세법 73조에 따라 관할 세무서장의 허락을 받으면 상속세를 금전 대신 주식으로 납부하는 '물납(物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전 대신 주식 자체를 상속세로 대신 납부할 수 있기 때문에 63조에 따라 주식의 가액이 가산되더라도 주식을 계속 보유할 이유가 없는 상속인에게는 부담이 가중되지 않는 것이다.

상속세 전문가인 법무법인 주한의 송득범 변호사는 1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주식 가액을 높게 산정해 상속세액을 산출하더라도 물납을 신청해 주식 자체를 납부하면 부담이 가중되지 않는다"며 "상속인은 금전과 주식 중 자신에게 더 유리한 방법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한샘 제공>>  © 연합뉴스

 

◇ 손자가 주식 상속하면 세율 95%?…'대습상속'이라서 적용 안 돼

조 명예회장의 주식을 손자가 물려받을 경우에는 상속세율이 95%까지 치솟는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조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조원찬 씨가 지난 2012년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친(親)손자 상속'이 이슈가 됐는데, 해당보도는 '자녀가 아닌 직계비속이 상속받는 경우에는 상속세를 할증'하도록 한 상속세·증여세법에 따라 상속세율이 95%까지 오른다고 분석했다.

상속세·증여세법 27조는 자녀가 아닌 사람이 상속할 경우엔 같은 법 26조에 따라 산출된 상속세액의 1.3배를 최종 상속세액으로 정하도록 한다. 보도대로 손자가 상속할 경우 상속세를 할증하는 규정이 존재하는 것이다.

가액이 100억원인 재산을 자녀가 상속할 경우 상속세액은 앞서 계산한 대로 45억4천만원이지만, 손자가 상속할 경우엔 여기에 30% '할증'한 59억200만원이 상속세액이 된다.

더구나 상속재산이 최대주주의 주식인 경우에는 손자가 납부해야 할 상속세액은 55억4천만원에 16억6천200만원을 더한 72억200만원으로 치솟는다. 보도내용 대로 95%에는 조금 미치지만 실제 상속세율이 72.02%까지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은 조 명예회장의 주식을 손자가 상속받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해당 조항은 자녀가 있음에도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세대를 건너 손자에게 상속하는 편법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자녀가 이미 사망해 손자가 적법한 상속인이 된 경우에는 이 조항을 적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즉 조 명예회장처럼 자녀가 사망해 손자가 상속받는 '대습상속'의 경우에는 상속세·증여세법 27조가 예외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데도 이를 간과해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조 명예회장의 주식을 손자가 상속받을 경우 상속세율은 55.4%로 계산되고, 앞서 설명한 대로 주식으로 대신 납부하는 물납도 가능하다.

송 변호사는 "조 명예회장의 손자는 아버지가 사망함에 따라 조 명예회장이 사망할 경우 최우선 순위의 상속인이 되고, 대습상속을 하게 된다"면서 "하지만 '세대를 건너뛴 상속에 대한 할증과세'는 대습상속의 경우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 명예회장에게는 조원찬 씨 외에 딸이 3명 더 있는데 모두 생존한 상태기 때문에 절세 목적이 아닌 한 '외(外)손자 상속'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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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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