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정부가 대학에 '결혼·출산 장려 과목 만들라' 지침?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21/04/06 [11:04]

[팩트체크] 정부가 대학에 '결혼·출산 장려 과목 만들라' 지침?

연합뉴스 | 입력 : 2021/04/06 [11:04]

송고시간2021-03-27 08:00

김수진 기자 

 

트위터서 문제 제기…복지부 "'인구교육 강좌' 지원 사업이지 지침 아냐"

심사 거쳐 선정된 10개 대학에 1년간 500만원 지원· 강의 내용은 대학 자율

▲ 결혼 ㆍ 출산 (PG)[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정부가 대학에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과목 개설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한 트위터 이용자가 "대학에 결혼·출산을 장려하는 교양과목을 만들라는 지침이 정부 차원에서 내려왔다고 한다"며 "교수님이 직접 해주신 말씀"이라는 글을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이 글은 1만 6천여차례(26일 기준) 리트윗(재인용)되는 등 널리 확산했다.

글을 접한 이들은 "교양(과목) 이름이 결혼·출산을 위한 신부수업 이런 것 아니냐"고 비꼬는가 하면 "결혼·출산 장려가 아니라 정책부터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 "정부는 비혼(非婚)을 왜 하는지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걸까"라고 비판했다.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지침이) 모든 학교에 다 내려온 것이냐"고 묻는 이도 있었다.

이에 연합뉴스는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게시글의 주장대로 정부가 대학에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과목을 만들도록 지침을 내린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 봤다.

◇"해당 강의 타이틀은 '인구교육'"…복지부의 인구교육 강좌개설 사업 지목

우선 논란의 시발점이 된 강의의 실체를 파악해 봤다.

이 문제를 제기한 이가 다른 트위터 이용자와 주고받은 대화 내용에 따르면 해당 강의는 특정 대학이 보건복지부의 '대학 인구교육 강좌개설' 사업 지원을 받아 개설한 과목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초로 글을 작성한 이는 다른 트위터 이용자가 "보건복지부 2021학년도 대학 인구교육 강좌개설지원 사업 안내자료가 나오는데, 말씀하신 내용이 이 사업이 맞느냐"고 묻자, "교수님께 짧게 들은 이야기가 전부라서 확답은 드리지 못하지만 교수님이 말씀하신 '인구교육'이라는 타이틀과 동일하다"고 답했다.

복지부는 2011년부터 '대학 인구교육 강좌개설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참여를 원하는 대학 10곳을 선정, '인구교육'과 관련된 강좌를 개설해 운영할 수 있도록 1년 동안 각 5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 보건복지부 로고[복지부 제공]  © 연합뉴스

 

◇공모·심사 거쳐 선정돼야 참여 가능…구속력 있는 정부 지침으로 볼 수 없어

우선 이 사업은 '정부 지침'과 거리가 멀다. 전국에서 참여를 원하는 대학을 공개 모집한 뒤 심사를 거쳐 선정하기 때문에, 전국 모든 대학들에 해당 강좌를 개설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사업에 응모한 8개 대학 중 7곳이 선정됐으며, 2021학년도 현재 이들 대학에서 인구교육 관련 강의가 열렸다. 복지부는 4월까지 사업 참여 대학 3곳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이 사업을 담당하는 복지부 관계자는 "목표를 다 채우지 못해 추가 모집 중"이라며 "지원금이 500만원으로 적어 응모 대학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출산' 외에도 '인생설계' '미래교육' 등 다양한 주제로 강의 개설돼

그리고 이 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반드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강의를 개설해야 할까?

사업 목적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복지부가 지난해 공고한 '2021학년도 대학 인구교육 강좌개설지원 사업 안내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이 지원하는 대학 강의는 "인구현상, 인구변동 및 저출산·고령사회에 대한 이해, 인구구조 변동과 개인 및 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지식", "결혼·출산·육아·가족생활에 대한 합리적·가족 친화적 가치관 형성에 필요한 내용 등"을 다루도록 돼 있다.

또한 "교원양성대학의 경우 학교 인구교육의 내용, 교수학습 방법 등 초·중등 학생 대상 학교 인구교육 수행을 위한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이에 비춰볼 때 사업에 선정된 대학이 강의 커리큘럼에 결혼·출산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실제 강단에서 이를 장려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가능성이 있는 것과, 정부 부처가 이를 일선 학교에 지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복지부는 사업을 통해 인구교육이라는 큰 틀을 제시할 뿐이며, 학과 특성과 학생 수요 등을 고려해 강의 주제나 구성, 세부 내용을 정하는 것은 참여 대학의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가 교육부도 아니고 대학 강의 내용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 강의는 철저히 대학 자율에 따라 이뤄진다"며 "참여 대학이 전문가로 구성된 인구교육 전문 기관으로부터 조언을 받을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담당 교수가 자유롭게 강의 내용을 정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이 사업에 참여한 10개 대학이 개설한 강의 주제는 다양했다. '결혼과 가족',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행복한 생애 설계' 등과 같이 결혼, 출산, 가족 등에 초점을 맞춘 강의도 있지만, '스무 살의 인생 설계', '행복한 삶', '인구 이슈로 미래 교육 만들기' 등과 같은 강의도 존재했다.

▲ 2020년 인구교육 강좌개설 지원 사업에 참여한 10개 대학의 강의명[출처:보건복지부]  © 연합뉴스

 

결론적으로 '정부가 대학에 결혼·출산을 장려하는 과목 개설을 지시했다'는 주장은 복지부 사업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한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

트위터상에서 지목된 복지부의 인구교육 강좌개설 사업은 참여를 원하는 대학을 공개 모집해 심사를 거쳐 선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에 대학들이 따라야 하는 '지침'과는 거리가 멀다.

또 사업이 '인구변동과 이에 따른 개인, 사회의 변화', '결혼·출산·육아·가족생활에 대한 가치관 형성' 등을 다루는 강의를 지원하는 만큼, 해당 강의에서 결혼이나 출산을 장려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지만 강의 구성 권한은 전적으로 각 대학에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이 사업에 선정된 10개 대학은 결혼, 출산, 가족 외에 인생 설계, 행복, 미래 교육 등 다양한 주제로 강의를 개설했다.

※이 기사는 아이템 선정 및 취재 과정에서 신유라 시민팩트체커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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