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중앙일보 "탈원전 전력손실 30년간 1000조원"?

뉴스톱 | 기사입력 2021/10/19 [17:12]

[팩트체크] 중앙일보 "탈원전 전력손실 30년간 1000조원"?

뉴스톱 | 입력 : 2021/10/19 [17:12]
  • 선정수 팩트체커
  •  승인 2021.09.28 10:24

 

 

이상한 산출 방식
중앙일보는 24일 <[단독]"탈원전에 전력손실, 30년간 1000조" 국회 첫 계산서> 기사를 보도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력생산비용 누적 손실이 향후 30년간 100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앙일보는 이 기사를 국회입법조사처가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실에 제출한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 발생’ 보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뉴스톱은 이 기사의 내용을 팩트체크했다.

▲ 출처: 중앙일보 홈페이지출처 : 뉴스톱(http://www.newstof.com)  © 뉴스톱


①중앙일보, "2050년까지 1000조원 손실"

중앙일보는 보고서를 인용해 "재생에너지 생산 가격을 1kWh당 170원으로 가정했을 경우 최적시스템을 적용했을 때 올해 전력 생산 비용은 35조5600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탄소중립시스템의 경우 36조9600억원으로 추산돼 최적시스템 대비 1조4000억원의 비용이 더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이어 "입법조사처가 분석한 최적시스템 대비 누적 손실은 5년 뒤 58조500억원, 10년 뒤엔 177조4300억원, 30년 뒤인 2050년엔 1067조4000억원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②자료 공개 않는 의원실과 입법조사처

뉴스톱은 해당 보도를 검증하기 위해 서일준 의원실과 국회입법조사처에 자료 공개를 요청했다. 서일준 의원실은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기 위해 외부로 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거절했다. 서일준 의원실은 해당 자료를 중앙일보에 공개해 이미 보도가 된 상황이다. 국정감사 자료 등 의원실에서 생산한 자료가 특정 언론에 공개될 경우 추종 보도 등을 위해 타 매체에도 공개하는 것이 국회의 관행이다. 

뉴스톱은 중앙일보에 공개된 자료를 왜 공개하지 않는지 물었다.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장관을 상대로 질의를 할 것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고만 밝혔다. 입법조사처에 자료 공개 가능 여부를 물었다. 입법조사처는 "입법조사회답으로 제공한 자료는 의원실에서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의원실 동의없이 해당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 출처: 국민의힘 홈페이지출처 : 뉴스톱(http://www.newstof.com)  © 뉴스톱


③국민의힘 공세, "미래세대 멍에"

중앙일보 보도가 나가자 국민의힘은 또다시 탈원전 정책 비판에 나섰다. 24일 국민의힘 김연주 부대변인은 "국회의장 직속의 국가기관인 입법조사처가 2007년 설립된 이래 탈원전에 기인한 손실 비용을 최초 추산했다는 점에서, 국회가 문정부에 대해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부대변인은 "과학적 근거에 의해 펼쳐져야 할 국가의 에너지 정책이 과속으로 추진된 결과로 이해된다"며 "1000조라는 손실액 역시 최소한의 추정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진정한 손해는 수치로 나타내기조차 어려울 정도"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은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 즉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인해서 2050년도까지 우리 국민들은 1067조원의 에너지 생산비용을 더 추가로 지출하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국민들의 부담이 2배 이상 더 늘어나는 것"이라며 보도 내용을 되풀이했다.

이 의원은 "현재 전력 생산원가는 kWh당 50원 74전이다. 이것이 최적 시스템으로 갔을 때 우리가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의 생산원가다. 이것이 2050년도까지 기존의 에너지 정책으로 원전이라든가 그 외 신재생에너지를 잘 섞어서 가면 59원, 현재 불변가격으로 97전. 그러니까 가격의 원가 변동이 없이 그냥 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 출처: 양의원영 의원 홈페이지출처 : 뉴스톱(http://www.newstof.com)  © 뉴스톱


④양이원영, "가짜 계산서"

무소속 양이원영 의원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일보 보도를 비판했다. 양 의원은 "보고서의 내용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이 주장은 근거없는 가정과 편향된 데이터 선택을 통해 천문학적으로 부풀려진 터무니 없는 수치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에너지전환을 부정하고 원전과 석탄발전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기 위함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전기가 원자력과 석탄발전 전기보다 2~3배 비싼 상태가 변치 않고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한다"며 "최근 10년간 전 세계 태양광발전 비용은 10분의 1로, 풍력발전 비용은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지속적인 하락 추세에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미 미국, 유럽 등 많은 국가에서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이 석탄화력발전 비용보다 같거나 낮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가 발생하고 있다. 반면에 원전과 석탄은 위험비용과 환경비용의 상승으로 지속적으로 발전단가가 증가되고 있고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⑤재생e 발전단가 하락 추세 미반영

뉴스톱은 양이원영 의원실을 통해 국회입법조사처의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 발생" 입법조사회답 보고서를 입수했다. 양이원영 의원실은 이 자료에 대해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실에 제출된 자료와 동일한 데이터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보고서에서 사용된 재생에너지 단위 당 가격은 1kWh당 170원이다. 입법조사처가 양이원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엔 1kWh당 170원과 1kWh당 150원일 경우로 나눠서 작성됐다.

그러나 다른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재생에너지 가격은 하락 추세를 나타내고 있어 단위 당 가격을 고정한 채로 계산한 입법조사처의 산정 방식은 굉장히 거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중장기 발전단가(LCOE) 전망 시스템 구축 및 운영(1/5)" 보고서를 살펴보자.

▲ 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출처 : 뉴스톱(http://www.newstof.com)  © 뉴스톱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0년 기준 100kW급 태양광의 1kW당 발전단가(LCOE)는 169.8원 /kWh(재무적 관점), 133.3원/kWh(사회적 관점)으로 추정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MW급 태양광 발전단가(LCOE)는 144.8원/kWh (재무적 관점), 117원/kWh(사회적 관점)으로, 3MW급 태양광 발전단가(LCOE)는 136.1원/kWh(재무적 관점), 111.7원/kWh(사회적 관점)으로 추정했다. 중앙일보가 보도한 170원 /kWh와는 1.5배 차이가 난다. 즉 태양광 발전이 대형이 될수록 발전단가가 낮아져 3MW급의 경우 중앙일보가 계산한 발전단가(170원)의 65%(111.7원, 사회적관점) 수준의 발전단가만 들어간다는 의미다.

이어 "2030년 유틸리티급인 3MW 태양광발전 CAPEX 전망치와 전제 조건을 적용하여 산정한 재무적 관점의 발전단가(LCOE)는 94.2원/kWh 수준으로 전망되었으며 이는 2020년 대비 31% 하락한 수준"으로 예측했다. 1MW 태양광발전의 경우엔 108.3원/kWh으로 전망되었는데 이는 2020년 대비 25% 하락한 수준이다. 중앙일보는 가장 안 좋은 조건의 태양광 발전단가를 계산했고 태양광 발전단가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향후 30년간 태양광 발전기술이 현재와 같을 리가 없다.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나고 기술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하락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원자력발전은 후쿠시마 폭발 사고 이후 안전 규정이 강화되면서 신규 원전 건설 비용과 공기가 늘어나 발전 단가는 점점 비싸지고 있다.

⑥무엇이 최적시스템인가?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 "최적시스템(비용기준) 시나리오는 원자력 발전소, 화력 발전소, LNG 발전소 건설을 모두 허용한 상태로 비용 최소화 시나리오임"이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발전 단가를 최대한 낮춰 잡는 것만을 목표로 한다. 온실가스 배출, 미세먼지 발생에 따른 사회적 비용 등 외부효과를 반영하지 않았다.

양이원영 의원은 "'최적시스템 시나리오’에 따르면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 원전을 건설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뿐만 아니라 부채로 잡혀 있는 막대한 원전 사후처리비용은 이들 발전의 비용추정 시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생에너지는 건설비와 시설비는 물론 제도미비에 따른 간접비용을 반영한 데 반해 원전과 석탄발전소는 변동비(연료비)만을 반영한 정산단가 수치를 사용했다. 이렇게 불합리한 수치로 원전과 석탄발전 비용은 향후 30년간 같은 수준의 가격을 유지한다는 가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한민국 가동중지 1호 원전인 고리 1호기의 경우 아직 원자로를 해체하지 않았다.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원자로 해체에 최소 6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4기의 원자로가 있다. 이들은 순차적으로 수명이 다해 원자로를 해체해야 한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공동 대응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탄소 배출 감축에 대한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유럽은 머지않아 RE100, 탄소 국경세 도입 등 환경 규제가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더 늦출 경우 우리 기업들의 수출길이 막히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당장의 발전 단가를 낮추자고 현재의 에너지 믹스를 수십년씩 고집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선정수   sun@newsto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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