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화이자 백신에 발암 물질 '산화 그래핀'이 들어 있다?

KBS | 기사입력 2021/10/19 [16:36]

[팩트체크K] 화이자 백신에 발암 물질 '산화 그래핀'이 들어 있다?

KBS | 입력 : 2021/10/19 [16:36]

이진성 입력 2021. 09. 11. 07:02 수정 2021. 10. 13. 08:11

 

  © KBS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가 3,2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1차 접종 인원은 32,149,176명으로 접종률은 62.6%였고 접종 완료자는 19,406,809명으로 접종률 37.8%를 기록했습니다.(10일 0시 기준)

한때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접종이 정체되기도 했지만 지난달 하순 이후부터는 다시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한편에서는 백신의 위험성을 과장하거나 왜곡한 허위 정보들 또한 지속적으로 유포되고 있습니다.

▲ SNS에 유포돼 공유된 주장들  © KBS

 

최근 시중에 유통 중인 모든 백신에 암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인 '산화 그래핀'이 들어가 있다는 내용이 담긴 글과 영상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반복적으로 공유되고 있습니다. 검색 사이트에 '산화 그래핀' 이란 검색어를 넣으면 유사한 내용의 영상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주장은 과학적으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바탕으로 사실을 왜곡한 가짜 뉴스입니다.

팩트체크K에서는 허위 정보가 어떻게 그럴 듯한 뉴스 형태로 포장돼 유포됐는지 짚어봤습니다.

▲ 인터넷 방송 스튜 피터스쇼(2021.07.04.) 캡처.  © KBS

 

■ 가짜 뉴스 : "백신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 산화 그래핀 99.99%"

각종 검색 사이트에 '산화 그래핀' 이란 검색어를 넣으면 찾을 수 있는 영상 캡처본입니다. 구글 검색에는 지난 7월 4일 처음 공개된 것으로 나옵니다.

영상을 보면 스튜 피터스라는 개인의 인터넷 방송에 국제 보건 경제학자라고 자처하는 제인 루비라는 여성이 출연해 충격적인 정보라면서 "화이자 백신에 '산화 그래핀' 이라는 화학물질이 다량 포함돼 있으며 산화 그래핀은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로 세포 안의 모든 것을 파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제인 루비는 지난 6월 말 공개된 스페인 알메리아대학 파블로 캄프라 교수의 보고서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캄프라 교수가 자신에게 배달된 밀봉된 화이자 백신 병 속의 성분을 광학 현미경과 전자 현미경으로 분석해 봤더니 산화 그래핀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제인 루비는 "산화 그래핀의 양이 747나노그램으로 화이자 백신 1병 용량의 99.99%를 차지"한다면서 "산화 그래핀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세포 내에서 미토콘드리아를 폭발시켜 염증은 물론 사이토카인 폭풍 등 과잉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장기적으로 뇌졸중과 심장마비를 불러온다"고 주장했습니다.

SNS와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과 산화 그래핀 관련 글은 대부분 출처가 이 영상 내용입니다.

▲ 주장의 근거가 된 보고서 (2021.06.28. 공개)  © KBS

 

■ 검증 : 주장의 근거, 대학 승인 얻지 못한 비공식 논문

영상이 근거로 제시한 보고서는 지난 6월 28일 발행됐습니다. '수성 현탁액에서 산화 그래핀 검출'이라는 제목으로 '광학 및 전자 현미경 관찰 연구'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성격은 '중간 보고서'로 주로 프로젝트를 의뢰한 사람에게 진행 중인 의뢰 사안을 보고하기 위해 작성합니다. 작성자는 스페인 알메리아대학의 파블로 캄프라 교수입니다.

① 분석 대상이 된 화이자 백신의 진위 불분명
캄프라 교수는 논문에서 택배로 받은 화이자 라벨이 붙은 병에 들어 있는 현탁액 0.45밀리리터를 분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보고서 3쪽  © KBS

 

보고서에 따르면 이 병은 출처도 알 수 없고 출처에 대한 추적도 되지 않습니다.(빨간색 글씨) 병의 내용물이 진짜 화이자 백신인지 아닌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얘깁니다. 누군가 병에 백신이 아닌 다른 물질을 넣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분석을 의뢰한 사람은 D. 리카르도 델가도 마르틴으로(파란색 글씨), 블로그 ' La Quinta Columna' 의 운영자입니다. 그는 백신 반대론자로 지속해서 코로나19와 관련해 각종 음모론과 가짜 뉴스를 유포해 왔습니다. 캄프라 교수는 백신 반대론자로부터 의뢰받은 출처도 모르고 추적도 안 되는 표본을 분석해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② 이미지 비교만으로 산화 그래핀 포함 입증 못 해
캄프라 교수는 전자 현미경과 분광 현미경으로 살펴본 병 속의 내용물 이미지와 기존의 과학저널에 발표된 산화 그래핀 이미지를 비교했습니다.

▲ 보고서 12쪽  © KBS

 

이를 통해 둘이 서로 높은 유사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병 속 내용물에 산화 그래핀이 존재할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분석 대상이 출처를 알 수 없는 표본 하나에 불과해 연구를 위해서는 더 많은 표본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현미경을 통한 관찰 분석이 내용물에 산화 그래핀이 포함됐음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래핀 분야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그래핀 관련 특허를 가지고 있는 김상욱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영상에 보이는 둥근 모양은 산화 그래핀이 아니라 DNA나 RNA를 변형 없이 안정적으로 인체 내에 전달하기 위해 쓰이는 에멀전 형태의 물질로 추정했습니다. 김 교수는 "산화 그래핀은 둥근 형태가 아니라 평면 형태의 판상인 물체라서 둥근 모양이 산화 그래핀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신현석 유니스트 화학과 교수 또한 보고서에서 전자 현미경 사진을 비교해 산화 그래핀과 모양이 비슷하다고 했는데 비과학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자 현미경으로는 그 형상만 보는데 그것도 아주 낮은 분해능(망원경이나 현미경의 상이 얼마나 명확하고 뚜렷이 보이는지 나타내는 척도)으로 내용물을 관찰했기에 그것만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우리가 한 2-3km 밖에서 뭔가 점이 하나가 있어요. 2-3km 밖에서 한번 봤을 때, 점이 하나가 있는데 그게 사람인지 사람 키하고 비슷한 나무인지 사람 키하고 비슷한 동물인지 몰라요. 조금 심하게 얘기하면, 그 정도의 일을 가시고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현미경 관찰로 모양만 가지고는 얘기할 수 있는 게 없어요."(신현석 유니스트 화학과 교수)

③ 알메리아대학 "비공식 보고서…동의도 공유도 안 해"

 

결국 이 보고서는 알메리아대학 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했습니다. 캄프라 교수가 소속된 알메리아대학은 논문이 공개된 지 나흘 뒤인 7월 2일,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공지를 띄우기에 이릅니다.

▲ 공식 입장을 담은 알메리아대학 트위터(2021.07.02.)  © KBS


◆ 일부 소셜 네트워크와 블로그에 유포된 허위 정보와 관련하여 알메리아대학의 성명.

"코로나19 백신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보이는 알메리아대학 교수의 중간 보고서와 관련해 일부 소셜 네트워크와 블로그에 퍼져있는 잘못된 정보에 직면해 알메리아대학은 다음과 같이 알려드립니다.

알메리아대학이 수행한 연구에서 그러한 매체들이 유포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완전히 거짓입니다. 그 매체들은 본 대학 교수의 출처를 알 수 없고 추적도 불가능한 표본을 분석한 비공식적인 보고서 내용을 잘못 전하고 있습니다 . 보고서 자체에서 경고하듯이 알메리아대학은 보고서에 동의하지도 않고 보고서를 공유하지도 않음을 공지합니다"

캄프라 교수 또한 팩트체크K가 이메일로 보낸 질문에 대해 자신이 쓴 보고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는 답신을 보내왔습니다.

▲ 캄프라 교수 또한 팩트체크K가 이메일로 보낸 질문에 대해 자신이 쓴 보고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는 답신을 보내왔습니다.  © KBS


"이것은 내가 맡은 연구 용역에 관한 예비 보고서입니다. 대학에서 작업을 중단시켰기 때문에 보고서를 완료할 수 없었습니다.

해당 보고서의 결론은 잠정적입니다. 확정적이지 않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조사 대상에 대한 알메리아대학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점으로 볼 때 영상 속 주장의 출처가 된 보고서는 화이자 백신 속에 산화 그래핀이 들어있다는 점을 입증하기에는 근거가 취약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래핀은 2004년 흑연에서 분리해 낸 신소재입니다. 탄소 원자들이 육각형의 벌집 모양으로 서로 연결돼 2차원 평면 구조를 이루는 고분자 물질로, 산화 그래핀은 그래핀에 산소가 붙어 있는 형태입니다.

산화 그래핀은 그래핀과는 달리 액체에 쉽게 풀어지는 친수성을 띠고 있는 데다 최근 생체 효소에도 잘 분해된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산화 그래핀이 인체에 유해한지에 대해 김상욱 교수는 "산화 그래핀이 작은 균을 죽이는 기능도 있기에 세포 하나 단계에서는 산화 때문에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많은 세포로 구성된 인체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산화그래핀 인체 내에 들어가면 효소에서 분해가 되기 때문에 한꺼번에 엄청나게 많은 양을 집어넣지 않는다면 문제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체의 70%가 수분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물에 녹으면서도 거부감이 없이 생체 내에 들어와 분해와 배출이 되는 산화 그래핀은 앞으로 바이오 메디컬 분야에서 활용도가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백신에까지 사용됐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화이자사가 미국식품의약국(FDA)과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의 성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 화이자 백신 구성 성분 목록 (출처: FDA 홈페이지)  © KBS

 

mRNA, 지질((4-하이드록시부틸)아잔디일)비스(헥산6,1-디일)비스(2-헥실데카노에이트), 2 [(폴리에틸렌 글리콜)-2000]-N,N디테트라데실아세트아미드, 1,2-디스테아로일 -sn-글리세로-3-포스포콜린, 및 콜레스테롤),
염화칼륨, 일염기성 인산칼륨, 염화나트륨, 이염기성 나트륨
인산염 이수화물 및 자당.

화이자사의 백신에는 mRNA가 지질에 싸여 있습니다. mRNA만 주사하면 세포까지 도달하기 전에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질은 mRNA를 감싸 세포까지 안정적으로 배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앞으로 산화 그래핀이 지질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 부연 : 가짜뉴스 영상 속 진행자와 출연자

스튜 피터스는 75,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였지만 반복되는 가짜 뉴스 유포로 유튜브 가이드라인을 위반해 채널이 삭제됐습니다.

포브스 지에 따르면 제인 루비는 의학이 아닌 심리학 박사학위 소지자임에도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에는 '의학 전문가'이자 '뉴라이트 정치인'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둘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몸에 자석이 붙는다는 가짜뉴스를 함께 유포하기도 했습니다.

취재지원 : 조성하 인턴기자 shacho117@naver.com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